짧은 괴담 몇 개
컨텐츠 정보
- 1,649 조회
- 0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3시
"내일 새벽 3시에 만나요. 제가 당신을 데리러 갈께요"
꿈 속에서 A에게 그렇게 말을 건 것은 일주일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A의 전 애인이였어.
날이 갈수록 그녀의 애정은 소름끼치는 집착으로 변했고 A는 견디다 못해 그녀에게 이별을 선고했었지.
그렇게 해어지고 몇 일 뒤에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A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으나
꿈속에서 나온 그녀의 모습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웠던 이별전의 모습 그대로였기에 A는 도저히 이 일을 웃어넘길 수가 없었어.
그날 밤이 찾아오고, A는 고심끝에 친한 친구인 B에게 전화를 했어.
"야, 오늘 좀 기분이 찜찜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너희 집에서 좀 자도 돼?"
"무슨 일인데?"
귀찮다는 투로 거절하려는 B에게 A는 하는 수 없이 사정을 설명했고 B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다는 듯이 웃더니
A가 자신의 방을 찾아오는 것을 흔쾌히 수락했어.
A는 혹시 잠에 들면 꿈속에서 그녀가 자신을 데리러 올까 두려웠기에 B에게 함께 밤을 세우자고 부탁했지.
때마침 다음날은 둘 다 휴무였기에 B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둘은 편의점에서 술과 간단한 안주를 사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어.
B는 A에게 이야기했지.
그건 아마도 A가 전 애인의 과한 애정에 시달려서 꾸게 된 헛꿈일거라고,
그녀는 너를 아꼈으니 너에게 해를 끼칠리는 없다고 말이야.
술이 좀 들어가서일까, A도 막연하게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점차 3시가 다가옴에 따라 A는 긴장이 되었지만 역시 3시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
뭐야, 역시 별일 아니였잖아 하고 웃어넘긴 A와 B는 4시가 온 것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지.
다음날 아침은 화창했고, A는 이제 그녀를 좋은 추억으로 묻어둘 수 있겠다 생각했어.
그렇게 B에게 어젯밤 고마웠다고 말하고 A는 집의 돌아와 문을 열었고,
가장 먼저 A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집의 모든 시계가 새벽 3시에 멈추어있는 광경이었다고 해.
구원의 손길
그 동굴은 전쟁 당시, 병사들이 적을 피해 숨어들어갔다가 적과의 격전을 치루고 전멸한 곳이라고 해.
그런 역사에 대한 전시품들도 좋은 구성으로 잘 갖춘 동굴은 유명하지는 않지만 나름 관광지로 사람은 많은 편이였지.
그랬던만큼 그날 수학여행을 갔던 학생들은 그런 사고가 발생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꺼야.
그날 처음 온 동굴의 관리원이 실수로 진입금지인 미탐사지역쪽으로 관광 표지판을 잘못 돌려놓은 거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표지판보다는 멀쩡히 길이 있는 쪽을 향해서 걸어간 선생님들과 대다수의 아이들은 문제가 없었어.
문제는 자기 멋대로 놀며 대열에서 이탈해 뒤늦게 무리를 쫓아가다가 성급했던 나머지 표지판을 쫓아간 세 명의 아이들이였어.
아이들은 점차 동굴이 좁아지고, 길이 이상해지는 걸 보면서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는데
그만 한 명이 미끄러져 떨어져버리면서 그를 붙잡겠다고 달려든 두 명까지 같이 떨어지는 바람에 길마저도 잃어버렸어.
어렴풋이 보이는 길을 따라 간 곳에는 전구마저 없어 간신히 서로 실루엣만 보일 정도의 어둠이 찾아들었고
이대로 죽는건가 싶던 그 때에 갑자기 아이들 중 한 명이 외쳤지.
"이쪽이야! 놓치지 않게 모두 서로 손을 잡아!"
그러면서 그 아이는 다른 한 아이의 손을 붙잡았고 이내 서로 손을 잡은 아이들은 앞의 아이가 이끄는 대로 칠흑속을 걷기 시작했어.
험난한 동굴속을 헤매던 아이들은 한치의 앞도 안보이는 어둠속에서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았고
마침내 바깥의 빛이 보이는 것을 보며 희망의 환호성을 내지르며 마구 뛰어나갔어.
그러나 바깥에 도달한 아이들의 기쁨도 잠시, 맨 앞에 선두로 걷던 아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어.
맨 앞에서 걷던 아이가 잡고 있었던 것은,
오래되어보임에도 어째서인지 썩지않고 멀쩡한 누군가의 잘려나간 손이였던거야.
범람
그 마을은 산골짜기 시골에 있었는데, 마을을 반쯤 둘러싸고 자그마한 강이 흐르는 평화로운 곳이였어.
아이들은 여름날에는 학교가 끝나면 강을 향해 뛰어들어갔고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여름날 마을의 일상적인 풍경이였어.
특히 물의 폭이 가장 넓고 깊으며 마을 건너편 산 쪽에는 나무그늘의 녹음이 드리우는 곳은 아이들이 가장 자주 가는 놀이터였는데
625 전쟁 당시의 무언가인 건물의 잔해가 강 한 가운데에 있어서 아이들은 그 곳을 도착점 삼아 서로 수영실력을 겨루곤 했지.
일이 있던 그 날은 여름날의 장마가 그치고 물이 굉장히 무시무시하게 불어난 직후였어.
맑았던 물은 흙으로 탁해 얕은 곳에서도 바닥이 보이지 않았고
평소의 그 곳은 물살이 느려지는 안전한 곳임에도 그날은 유달리 물의 흐름이 거칠어진게 눈에 보였지.
"오늘은 수영하고 노는 건 못하겠다."
한 아이가 조심스레 말을 했고 아이들도 전부 수긍하는 분위기였던 그 때,
"왜, 무섭냐. 겁쟁이들."
가장 수영을 잘하는 A라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도발했어.
"야, 오늘은 진짜로 위험한 것 같아."
"에-, 겁쟁이들. 보고만 있어라 그럼."
그렇게 말하며 A는 이내 수영할 준비를 마치고 물로 뛰어들었어.
아이들은 걱정되는 눈으로 A를 지켜보았지만 A는 다행히도 무사히 잔해물까지 도착했어.
"봐, 아무 일도 없지? 겁쟁이들!"
걱정이 기우였던걸까, 아이들이 안도하며 A가 헤엄쳐 돌아오는 걸 보던 그 때, A가 갑자기 물 속으로 가라앉는거야.
처음에 아이들은 장난기 많은 A가 또 장난을 치나보다 싶었지.
그런데 한 1분 정도 기다렸는데도 A가 나오질 않는거야.
A는 헤엄을 잘 치기는 했어도 잠수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였거든.
그제서야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A 다음으로 수영을 잘하는 아이들 두 세명이 강으로 뛰어든 그 때,
"물귀신이다아!"
A가 소리를 치며 물 밖으로 튀어나왔고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물밖으로 달려나왔어.
"하하하, 겁쟁이들. 장난이야 장난."
그러면서 A는 얕은 물가까지 헤엄쳐서 올라왔어.
"야! 놀랬잖아! 뭐야 무슨 일이였는데!"
다른 아이가 화를 내며 A에게 소리치자 A도 그제서야 조금 미안해졌는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설명을 하더라고.
"아, 별 일 아니였어. 그냥 물 속에서 헤엄치는데, 갑자기 발이 물풀같은거에 걸린거야.
풀어보려고 좀 애써봤는데 잘 안풀리길래 조금 쎄게 잡아당겨봤더니 쑥 하고 빠지더라고."
A가 웃으며 물 밖으로 나온 그 때, 갑자기 한 아이가 창백한 얼굴로 A의 다리를 가르켰어.
"야, 너 다리에 그거 뭐야....."
A는 얘가 자기를 겁주려나보다 하고 웃었어.
"야, 복수하는거냐? 안무섭거든!"
"그게 아니라 진짜 너 다리에..."
A는 안속는다고 웃으려 했지만 이내 다른 아이들도 A의 다리를 보며 창백해 지는걸 보고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 보았지.
다리에 감겨있는 건 기다란 사람의 머리카락이였어.
A가 기절하고, 다른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어른들에게 달려갔고
침착했던 어른들은 신고전화를 해서 수사를 의뢰한 결과, 물 속에서는 장마 때 빠져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 여자의 시체가 나왔다고 해.
나이가 든 지금도, 그 때 있었던 아이들은 그 사건을 회상하면서 악몽을 꾸곤 한다고 해.
그 때 만약 물이 흐리지 않아서 물 속을 볼 수 있었다면,
A는 물에 빠진 자신을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겠지, 하고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