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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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사를 했다.
주말에는 잠자느라 바쁘고 주중엔 타지역으로 집을 보러다닐 시간이 없어서 부모님이 집을 알아봐주셨다.
회사랑 집이 너무 멀어서 힘들었는데 다행이다.
새로 구한 방은 전에 살던 곳보다 전세값이 1500이나 더 싸고 1.5배는 더 넓은것같다.
사람을 구겨넣으면 6명까진 잘 수 있을 것 같다.
2.
3일 정도 살고나니까 단점이 눈에 보인다.
돈벌레(그리마)가... 돌아다닌다...
그땐 기겁을 하면서 처리했는데, 요즘은 다리위로 기어다녀도 쿨하게 털어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돈벌레는 나오지 않는다.
3.
부모님이 화장실은 안보시고 계약하신거구나..
수건걸이, 휴지걸이에 도금이 전부 벗겨져서 녹이 슬어있었다.
게다가 세면대 물이 제대로 안빠져서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기가 불가능했다.
물이 고이기라도 했다간 손으로 퍼내야 하는 세면대라니.
결국엔 샤워기만 써야되는데
이것도 호스 중간에서 물이 질질새서 새로 갈았다. 홈플러스엔 없는게 없네
앞으론 세면대 쪽으로 물이 나올일은 없겠지...
문도 낡았다. 잠금 핀에 녹이 슬어있다.
뭘 어떻게하면 집안에서 녹이 스는거야?
잘 생각해보니 집 뒤가 바로 산이다. 그리마도, 습기도 그곳에서 왔으리라.
아마 이집은 꽤 오래 비어있었나보다.
4.
담배를 피우러 바깥으로 잠깐 나왔다.
집안에서 담배냄새나는건 싫고, 주인도 싫어할테니.
주머니에 라이터가 없다...
편의점까지는 10초도 안걸리니까 예비 담배도 살겸, 라이터도 사러 간다.
그리고 커피까지 사버렸다. 먹는거에 쓰는 돈은 안아깝다.
물론 X양 제품은 안산다.
5.
손을 씻으러 화장실 문을 열었다.
정확히는, 열어보려 했다.
문이 잠겨있었다.
???
6.
혼자사는데 화장실 문을 왜 잠궈?
누가 들어갔나?
내가 잠깐 편의점 간 사이에 도둑이라도 들어왔나?
부엌에 가서 식칼을 들고 집안의 불을 껐다.
화장실 불은 켜놓는다.
바깥에서 특정 위치에 볼펜심을 밀어넣으면 잠금장치는 풀 수 있다.
문을 열었다.
7.
다행이다. 아무도 없어서.
다시 식칼을 부엌에 가져다 놓고 불을 켠다.
...
다행인가?
귀신은 안믿는데, 뭔가 비슷한걸 체험하니까 소름끼친다.
문은 왜 잠긴거지?
화장실 문을 아무리 쎄게 닫아봐도 자연스럽게 잠기지가 않는다.
8.
"형 안녕하세요"
"오? 왠일이냐"
"아 저 요즘 면접보러 다니는데, 형 사는데 근처에요. 만나뵐까해서요.
그리고 형 다니는 회사에도 이력서 넣어서 다음주에 면접봐요."
"미친? 우리회사를 온다고? 면접이 다음주 월요일이라고는 들었는데."
"강원도까지 왔다갔다하기 힘드니까 찜방에서 한 4일 먹고자고 하려고요."
"야 그냥 면접일까지 우리집에 있어. 어차피 집에 아무도 없고."
"진짜요? ㄳㄳ... 근데 불편하실텐데... 좁지 않으세요?"
"음... 너같은 사이즈면 한 3명 정도는 구겨넣을 수 있겠다."
"예??"
9.
"첫번째 면접은 어땠니?"
"잘 모르겠어요. 회사에 다들 아저씨만 있어서 재미없겠다 싶었어요."
"안그런 회사가 어딨어 ㅋㅋ 다음주에 와보면 알겠지만 우리회사도 남탕이야."
"그래도 형네 회사 면접 접수하는 사람은 여자던데?"
"거긴 우리팀이랑 완전 별개라서... 다른 회사라고 생각하면 돼..."
"그 면접 접수하는 여자 예뻐요?"
"음... AV배우 같은 느낌이야."
"예??"
10.
"형 바쁘세요?"
"아니 농땡이 피우고 있는데. 혹시 또 술 쳐먹고 돌아다니다 집 열쇠 잃어버렸냐"
"아뇨 그건 아닌데, 화장실 문이 잠겼어요"
문이 잠겼다고?
에필로그
"야, 회사에 물어봤는데 요번에 면접 보러온사람들 다 떨어졌다더라."
"아..그래요?"
"원어면접에서 평가를 조졌던데 뭐한거야? 긴장했냐"
"아니 그건 같이 면접본애가 너무 잘한거에요. 3개국어 한다니까요. 근데 걔도 떨어졌어요?"
"그냥..시기가 좀 안좋았던것 같네. 우리부서 TO도 없고. 아쉽다. 들어왔으면 내가 갈궈줄텐데."
"그러게요 ㅎㅎ. 아! 그리고요!!"
"??"
"회사 들어가자마자 누군지 딱 보고 알았음."
"ㅋㅋㅋㅋㅋ"
에필로그2
1주일 가깝게 누가 같이 있었을때는 집이 좁아보였는데,
아무도 없으니 집이 휑해보인다.
담배를 피우고 들어온다.
화장실로 들어간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그래. 보통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겠지.
수도를 틀었다.
세면대 쪽에서 물이 나온다
왜 세면대에서 물이 나오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