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군대에서 겪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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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반말 형식으로 진행하니 양해부탁 드려요.).

 

 

우선 이야기를 진행하기 앞서 내가 있던 부대를 간단히 설명할게.

 

 

 내가 있던 부대는 후방 향토 사단이고 현역, 상근 총원이 80넘을까 말까하는 아주 작고, 협소한 부대라 할 수 있지, 너무 작은 부대라 위병소 앞을 들어와 30걸음 정도만 지나면 바로 막사, 막사 기준 왼쪽 세로로 지휘통제실이 있었지. 부대가 오래 되서 그런지 지통실은 1층짜리 컨테이너를 개조해서 만들었고, 그런 지휘통제실 뒤 편에는 지통실보다 한 층 정도 높았고, 딱 지통실 앞 국기 계양대 높이의 고가초소가 있었지.

 

 

 어느 날 사단에서 다음날 누가 온다고 전 부대 정비를 한적이 있는데 나와 후임 한 명, 그리고 상근 몇 명과 주임원사님은 지통실 뒷편에 고가 초소쪽을 담당하게 된거야. 뭐 하는 일이야 뻔하지 고가초소 근처 땅 평평하게 하고, 낙엽쓸고 고가 초소 지붕쪽에 낡은 천막 새걸로 바꾼 정도 였지. 고가 초소 생김새는 다른 곳과 별다를게 없었지만 유독 정면 유리창이 컸고, 맑았으며 (밖에서 보면 고가초소 유리창에 지통실 앞 국기 계양대의 태극기가 비췄을 정도니까) 그리고 내부가 너무나 깨끗했던 걸로 기억해.

 

 

 깨끗할만도 한것이 고가초소는 사용한 적이 없거든. 내가 있던 부대는 엄청 협소해서 위병소 근무 둘, 불침번 둘, 상황병 하나, 근무교대 담당 및 당직병 한 명 이렇게 근무를 했고, 고가초소 근무는 어쩐이유에서 하지 않았거든? 부대정비 하면서 인원들이랑 초소 내부를 정리하는데 문득 궁금해서 물어봤다? 원사님께?

 

 

나 : 주임원사님 왜 이 초소 상태도 엄청 좋은데 여기 사용을 안 합니까?

 

 

원사 : 왜? 거 알아서 뭐할라 그러는겨?

 

 

나 : 아니 상태도 이리 좋은데 훈련때나 근무때나 사용도 안 하고, 얼마나 사용들을 안 했는지 안이 너무 깨끗해 놀랐습니다. (사실 안에 청소 안 해서 개꿀)

 

 

원사 : 그래? 내가 이야기 해서 클로제 혼자 초소근무 당담 시켜달라혀?

 

 

나 : 아님다... 죄송함다...

 

 

나머지 : ㅋㅋㅋㅋㅋㅋ

 

 

원사 : 개코같은 소리말고 빨리 청소나 끝내.

 

 

후임 :  아니 근데 원사님 ㅋ  왜 진짜 여기 사용 안 합니까? 여기 사람 죽었었습니까? ㅋㅋㅋ

 

 

 

원사 : !!!.......,,,,,,

 

 

 

.......................

 

 

..................?......

 

 

 

 

 

 갑자기 분위기가 싱글벙글 하다가 급 싸해지는 공기가 전부를 휘감더라.평소 같으면 야이 개코같은 놈이 헛소리 싸대네! 혼나볼텨! 이렇게 푸근하게 욕하고 끝내셔야 하는데 원사님 당황하셔서 말문이 턱 막힌게 보이더라. 근데 빌어먹을 진짜 고문관 같은 후임놈은 분위기 파악을 못 했는지 같은 질문을 던졌지?

 

 

후임 : 거... 진짭니까? 사람 죽었슴까? 저 초소에서?

 

 

 

원사 : ......... 

 

 

........................

 

 

원사 : 니들 오기도 훨씬 전에~~~ 아주 예전에 말여.여기서 병사 하나가 죽었다곤 하는디 나도 정확한건 몰러. 

 

 

 

....................... 

 

 

 

 근데 뭐... 정도야 어느 부대나 있거나, 인터넷같은 곳에서 많이 접해본 군대 전설 정도잖아? 막상 원사님께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싱겁기 짝이 없더라고. 난 마무리 정리하고 초소에서 내려왔지 초소에 있으니 작고 아담한 부대 전부가 눈에 들어오더라. 유리창도 얼마나 깨끗한지 지통실 앞에 국기 계양대에 걸려있는 태극기가 비칠정도였으니까...이렇게 뭐 그냥저냥 부대정비가 끝났지. 

 

 

 

 그 날 새벽 2시 3시었나 아주 뭐 같은 시간 근무가 잡혀버려서 다른 후임 한 명과 위병근무를 섰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발시발 거리면서 후임과 노가리를 까면서 위병근무를 서는데 갑자기 낮에 부대정비 했었던 일이 떠오르는 거야. 그 후임에게 고가 초소 정비한 이야기, 그리고...  원사님께 들었던 이야기를 해줬다? 반응이야 뻔하지 뭐

 

 

 

후임2 : A........ 정도야 어느곳이나 있는 도시전설 아임까? 전 처녀귀신 보고 싶슴다!!! 핡핡!

 

 

나 : (아 ㅂㅅ...) 야 그러면 나중에 근무교대 할때 지통실쪽 들어가기 전에 뒷 편에 초소쪽 가보던가?

 

 

후임2 : 처녀 귀신 있다면 감다...  혼자가십쇼 혼자. ㅋㅋ

 

 

나 : (ㅅㅂ...) 그려, 되따 잡놈아 ㅡㅡ

 

 

 

 뭐 대충 이렇게 생산성 없는 노가리를 까고 있더니 어느샌가 근무교대 시간이 왔는지 당직병이 후임 근무자 둘을 데리고 왔더라고, 인수인계하고 당직병과 나, 그리고 후임은 근무 마무리를 하며 저벅저벅 걸어갔다. 곧 지통실에 도착하는데 후임이 입을 놀리더라.

 

 

 

후임2 : 아니 세상에 누구병장님(당직병), 클로제 상병이 원사님께 들었다는데 저기 지통실 뒤 고가초소, 저거 안 쓰는 이유가 예전에 병사죽어서 초소 폐쇄한거고, 귀신 보이면 어떡하냐 함다 ㅋㅋ

 

 

 

나 : 이 시꺄, 귀신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거든? ㅡㅡ

 

 

당직병 : ㅎㅎㅎ... (상당히 과묵한 성격)

 

 

 

 이렇게 단 한 마디씩 나눴을 뿐인데 벌써 지통실 앞이더라고. 지통실 앞이니 그 고가초소가 바로 뒤에 보였을텐데 난 이상하게 그때 고가초소가 눈에 안들어 오더라고. 바로 그때였지.

 

 

 

후임 :  아~ 클로제 상병님 보십쇼. 고가초소 안에 뭐가 있슴까? 암것도 안 보이지 않씀까?  ㅋㅋ 

 

 

 

 후임의 그 말에 나와 당직병도 무의식적으로 고가초소 쪽을 바라봤지. 근데 역시나 후임말처럼... 뭐가 보일리가 없지...

 

 

 

당직병 : 그러네... 아무것도 없어.

 

 

 

나  :  그렇군! ....(무안함...) 

 

 

후임, 당직병 : ?

 

 

나 : (고가초소 유리에 비친 태극기를 보며) 봐라! 태극기 펄럭이는거! 내가 겁나게 유리창 닦아놔서 반사되서 잘 보이지? 아무것도 없는게 아니다. 내 장인혼이 녹아있는거야. (무안해서 드립침...)

 

 

 

후임 :  아... 예..... 태극기 겁나 잘 보임다 ㅋ 고생하셨슴다.ㅋㅋ

 

 

 

 

당직병 :  ........  근무 마무리 하자. 탄알집 제거...

 

 

 

 

 

 뭐 이렇게... 옆에서 쓸데없이 쪼개는 후임놈과 지통실 안에서 당직사령에게 복귀 신고하고  돌아가는데....

 

 

 

 

 근데 말이지...

 

 

 근데 말이야...

 

 

 

 

 갑자기 뭔가 너무나 기분나쁘고 찝찝한 기운이 나를 감싸더라고.... 후임한테 쪽 먹은건 친한 놈이라 쿨하게 넘어갈 정도고, 아무리 새벽 똥시간 근무지만 이 시간대 근무가 한 두번도 아닌데...  불안한 기분이 떨어지질 않더라. 것도 너무 갑작스럽게 말야.

 

 

 후임 놈은 막사 앞에서 담배 피고 들어간다하고 비흡연자인 나는 평소에는 먼저 들어가 환복하고 잤었겠지만, 그 빌어먹을 느낌에 담배 피는 후임 옆에서 골똘이 생각했지.

 

 

 

 그리고. 그 후임이 담배를 끝까지 빨고 재떨이에 넣고 들어갈라는 순간, 난 내가 느꼈던 그 빌어먹을 느낌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리고 동그래진 눈으로 후임에게 말했지.

 

 

나 : 야....  누구(후임2)야..

 

 

후임 :  상병 누구

 

 

나 : 야, 너도 고가 초소 봤지 아까?.......

 

 

후임 :  그렇슴다. 누구병장님(당직병) 하고 같이 보지 않았슴까? ㅋㅋ

 

 

나 : 뭐가.... 보였다고?.....

 

 

후임 : 아니 왜 그러심까?  ㅋㅋ 초소 유리창 존나 깨끗해서 태극기 반사되 보인거 빼곤 암것도 없었지않슴까?  ㅋㅋㅋㅋ 진짜 귀신이라도 보셨슴까? ㅋㅋ

 

 

 

 

나 : 야........

 

 

 

 

 

 

 

 

후임 : ? 왜 그러심까? .....

 

 

 

 

 

 

 

나 : 누구야......(후임2 이름)

 

 

 

 

 

후임 : 상병 누구

 

 

 

 

 

 

 

 

 

 

 

 

 

 

 

나 :  지금은... '그게' 반사되서 보이면 안 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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