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리터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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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사람 몸에 피가 5리터 넘게 있다는 거 알고 있었냐니까?"
그 애는 큰소리로 되물었다.
모두가 모여 있는 식당에서.
시선이 쏟아졌다.
몇몇 아이들은 역겹다는 표정으로 그 애를 훑어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조니는 그런 애였다.
혀를 쭉 빼어 운동장에서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벌레를 잡아와 교실에 일부러 풀어놓기도 했고
수업 중에 뜬금없이 노래를 불러 쫓겨나기도 했다.
떡진 앞머리를 흔들며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 쫓아와서 똑같은 질문을 계속 해대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지만.
우리는 조니와 이런 이야기를 즐겨 할 만큼 친하지도 않았고
우리는 그를 친구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실컷 떠들던 조니는 씩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눌 일도, 마주칠 일도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 그는 또 우리를 찾아오더니 큰 소리로 물었다.
"너네 사람을 칼로 찌르면 1~3분만에 죽는다는 거 알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니는 테이블 끄트머리의 한 친구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더 빨리 죽을걸?"
정수리를 벅벅 긁으며 그는 웃었다.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당장 우리 테이블에서 꺼지라고.
조니는 그 애를 한참 노려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무섭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그 길로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조니의 언행들을 모두 얘기했다.
선생님은 조니를 잘 관리하겠다고, 앞으로 점심시간에 이상한 소리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다음 날, 조니는 어김없이 우리 테이블을 찾아왔다.
"야. 너네 그거 알..."
누군가가 조니를 확 밀었다.
그는 곧장 바닥에 처박혔고, 안경도 부서졌다.
하지만, 식당 안 누구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조니는 줄줄 흐르던 코피를 닦아내더니 우리에게 소리쳤다.
사람이 죽고 나서도 뇌는 10분 정도 살아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그러더니 전날 손가락질 했던 그 친구를 주목했다.
자기가 죽고 나면 10분 정도는 널 보면서 웃어주겠다는 말과 함께.
그 사건으로 끝이었으면 싶었다.
우리는 더 이상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소원은 금방 이루어졌다.
일주일 후, 우리 또래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된 것이다.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것은 조니였다.
식당에서 이제는 피해자가 된 그 애를 볼 때마다 빨리 죽을 거다 같은 소리를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는 드디어 조용한 점심시간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조니가 한 말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 애는 정말 3분이 좀 안 돼서 숨이 끊어진 것 같았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