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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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지고

제가 일병 시절에 겪었던 이야기중에 하납니다. 

옛말에 비가 올땐 귀신이 같이 내려온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습니다. 

아닐수도 있고요. 

다만 뉘앙스는 이것과 비슷함을 미리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때는....음.... 

그때가...혹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99년도 일겁니다 아마. 

강원도 인제 원통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들어가게 되면 천도리 라는 곳이 나오죠. 

그곳에서 30분 정도 더 가면 서화리라는 곳이 나오고요. 

그곳은 제가 군생활을 했던 곳으로 그곳에서 약 30분정도 더 들어가게 되면 해안 마을 이라고 나옵니다. 

맞나 모르겠네요. 

뱀이 하도 많아서 돼지를 풀어놨더니 돼지가 뱀을 먹고 마을에 평화가 왔다해서 해안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그때까지는 돼지 그러면 돼지 돈 이라는 한문만 있는 줄 알았답니다. 

돼지 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저 뜻이 맞을 겁니다. 

일명 펀치볼 이라고도 불렀고요. 

권투선수들이 쓰는 트레이닝 도구 말고, 펀치를 담아놓은 유리잔을 지칭하는 표현이었죠. 

높은 고지에서 바라보면 꼭 그런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는데, 저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더군요. 

그곳에서 더 들어가게 되면 양구라는 곳이 나오고, 군인들의 치를 떨게 만드는 행군코스가 나오게 되죠. 

하여튼 그 해안마을에는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이 있었죠. 

관광지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답니다. 

그 을지전망대로 올라갈려고 하면 검문소를 거쳐 올라가게 되는데 제가 일병 시절 그 검문소로 파견을 

나가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21사단이 맡고 있던 검문소인데, 아마 유격훈련 때문인가 해서 12사단이던 저희가 들어가게 되었죠. 

거기서 또 운이 좋았던게, 원래는 제가 있던 중화기 중대는 그곳 검문소에 파견나가게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대의 사정상 중대의 2개 소대가 그곳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던거죠. 

관광지역의 검문소라 그런지 민간인도 많이 접 할 수 있었고, 선탑이라 해서 고참들은 관광버스가 

오게되면 그 차에 탑승해 길안내도 하고 그랬었죠. 

그리고 검문소는 마을에 인접해 있던터라 시골이긴 했어도 산만 보이던 대대생활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죠. 

물론 현역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그 파견생활이 얼마나 천국같은 나날들인지는 잘 아실겁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겨우 일병 나부랭이. 

대대 간부들의 시선이 없는 곳이라 수많은 협박과 갈굼 얼차려 등등...하루하루가 새로웠죠. 

고참들이야 편한 하루하루 였지만, 저같은 쫄병들에겐 괴로움의 나날들이었죠. 

아 본론이 빗나가고 있군요. 

다시 돌아와서.... 

아마 그때가 99년도가 맞을 겁니다. 

비가 엄청나게 내린 해였죠.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마 뉴스를 통해서 많이 보셨을겁니다. 

어느정도로 비가 왔냐면, 원초적인 본능이 자연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평소엔 무릎정도에 찰랑 거리던 인북천(강이름)이...음 대략..뭐라고 해야 할까...저 멀리 논이 

보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보이시나요? 

그 논 사이에는 인북천이 흐르고 있고요. 

물론 논만 보이지 인북천이라고 하는 강은 보이지 않고요. 수평선을 바라보게 된다면 말이죠. 

그리고 수평선에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논의 풍경. 

그런 논을 인북천의 물줄기가 다 집어 삼켰다고 생각해보세요. 

흐린 하늘과 불어난 강물이 경계가 없이 같은 색이 되어버린 풍경. 

멀리 보이던 논은 그냥 강이 되어버린 겁니다. 

허옇게 꿈틀거리는 강.... 

휩쓸리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그정도로 비가 내렸던 겁니다. 

그것만이 아니었죠. 

제가 있던 대대쪽, 즉 인제나 원통 으로 갈려면 다리를 건너 가야 하는데 그 다리가 불어난 빗물에 

무너져 버린 것입니다. 

그 다리는 시골마을에 있는 다리가 아닌 탱크도 지나갈 수 있는 커다란 다리로, 그 커다란 다리가 유실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솔직히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죠. 

'아 대대로 복귀할려면 멀었구나.' 

안그래도 대대복귀 일정이 잡혀가는 와중이라 오늘 내일 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고참들이 괴롭혀도 빡센 

훈련 일정이 없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군생활 이었죠. 

아버지가 무서워 집안에 계시면 숨쉬기도 불편한데, 어느날 아버지께서 기약을 할 수 없는 장기 출장을 

가셨다는 느낌이랄까? 

아시는 분은 아실 것임. 

하지만 한가지 난관에 봉착했으니... 

식량 즉 부식의 공급이 전면 차단되었다는 겁니다. 

다리가 없어졌으니 식량을 가져다줄 차량이 저희가 있던 검문소로 들어올 수가 없었던 것이죠. 

하여 2종 창고라고 해서 전쟁이 발발하면, 지급되는 전투식량을 보관하는 창고의 문을 개방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전투식량은 맛이 개떡같아서 하루 세끼도 욕이 나올 정도 였는데, 5일정도 먹게 되니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그러던 와중에 홍수 예방 대책을 위해 대민지원을 나가게 되었는데, 그 댓가로 라면 한 상자씩을 얻어 

올 수 있는 일거리였죠. 

거짓말 조금 보태서 빗방울 하나가 손가락 마디만한 폭우속에서 물에 젖을 대로 젖어버린 모래주머니를 

들고, 허리까지 차오는 물속에서 모래주머니 벽을 만들던 생각이 나네요. 

댓가는 라면 한 상자. 

까라면 까는 군인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같습니다. 

그렇게 연일 장마비가 내리니, 오전엔 대민지원 야간엔 근무.... 

편할대로 편한 고참들도 짜증을 내는데, 그 짜증까지 다 받아야 했던 저같은 쫄병은 근무까지 힘들어져서 

정말 죽을 맛이란 이런것이구나 깨닫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 

장마는 끝이 난 것일까 라고 생각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만큼 맑고 화창한 날이 찾아왔습니다. 

누구나가 돌변한 기후에 아연실색을 감춤 수가 없었죠. 

"김병장님 날씨 정말 죽이지 말입니다." 

"어제 온게 거짓말 같다." 

저는 오전근무를 서며 사수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었드랬죠. 

소대원들이 거의 다 대민지원을 나가 있던 상태라 저를 포함 4명이 2개조가 되어 말뚝 즉 종일 근무를 

던 날이었습니다. 

"오늘같이 날씨 맑은 날 대민지원 나가면 맛있는 거 많이 먹겠지 말입니다?" 

"글쎄다....당연히 그렇겠지?" 

몇일째 전식에 라면만 먹고 있던 터라 이야기의 화두는 자연히 대민지원 나가서 먹는 민간인식사 였죠. 

평소 근무라면 짭밥이 안되서 고참들과 마주할 시간이 적은 말뚝 근무를 환영 할 만 했지만, 때가 

때인지라 대민지원은 정말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입니다. 

"내일도 아마 나가게 될 것 같은데...인북천 근처 논은 다 아작 났을 걸?" 

"그렇겠지 말입니다. 다리도 무너졌으니 여기서 대민지원 실컷 할 수 있었으면 하지 말입니다." 

"짜식이 빠져가지고...크크크." 

유일하게 맘편히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고참이어서 일상적인 농담정도의 대화 진행은 가능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오전 오후가 지나고 땅거미가 질 저녁 무렵이었죠. 

워낙 조용한 동네이고, 마을 차량이라고 해봐야 농삿일을 하는 세레스 라는 짐차 정도? 

평일이며 장마에 다리까지 유실됐으니 관광객도 없고, 가끔 양구쪽에서 을지전망대로 올라가는 

군 수송차량 정도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원통쪽에서 오는 차량은 거의 없었죠. 

그러던 중이었습니다. 

"김상병님 저기......." 

저만치 지나가는 동네 처녀가 보이더군요. 

긴머리에 하늘하늘한 상의 긴치마 그냥 딱 봐도 군인이라면 설레이는 그런 여성이었죠. 

그리고 말그대로 저만치 지나가고 있는.... 

"여~ 이 동네에 저런 여자가 있었네. 야 이리로 오는거 같지?" 

"........" 

분명 저만치 지나가는거라 생각했지만 어느순간 이쪽으로 오고 있더군요. 

"야 잡고 검문해 보자 크크크." 

고참은 군인 다운 능글거림을 보이면서 슬슬 그 여자에게로 다가가는 것이었습니다. 

"아가씨 어디로 가십니까?" 

".........." 

고참이 다가서며 의례 하는 동작으로 여자를 막아서더군요. 

그에 여자는 느릿하다는 느낌이 들게끔 걸음을 멈추고 고참을 바라보았드랬죠. 

여자의 옆모습만 보고 있던지라, 그 여자가 고개를 드는 것 같은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때였죠. 

제쪽에선 고참이 여자보다 좀 더 멀리 있었지만, 낯익은 고참의 얼굴이라 그랬던건지 여자의 모습보다 

자세히 고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요....그의 얼굴에 능글거림이 한순간 경직되어 사라져 버리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얼굴이 확 굳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겁니다. 

"아...예 그런데 말입니다. 민간인은 지금 저리로 올라 가실 수 없습니다." 

고참이 말하는 것을 보니 그 여자의 목소리는 저에게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였나 봅니다. 

분명 고참은 여자를 향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저길 올라갈려고?' 

저는 그렇게 생각했죠. 

당연히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오전 오후 중에는 농사일을 하는 분들의 차량은 통과시킬 수 있었으나 민간인 혼자 이동하는 것은 

통제를 하게끔 되어 있었죠. 

게다가 일과가 끝나 저녁으로 가는 시간이라 농사일 때문이라고 해도 통과시킬수 없었고요. 

'빵빵' 

깜짝 놀랬습니다. 

갑자기 자동차 경적소리가 뒷통수를 후려 갈기더군요. 

경적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리것은 처음 인 것 같았어요.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포터차량이 아직은 환한 시간인데도 라이트를 번쩍거리며, 이쪽으로 오고 있더군요. 

"야 박일병! 근무는 잘 섰냐!!" 

"충성!" 

대민지원 나갔던 고참들을 태운 차량이었습니다. 

얼굴엔 하나같이 싱글벙글 웃음이 피어있었드랬죠. 

누군가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있었고요. 

아마 주민들이 주는 소주나 막걸리를 사양않고 받아 마신 모습이었죠. 

저는 포터에 잔뜩 타고 있는 고참들을 향해 경례를 하고, 저만치 설 자리를 찾는 포터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별일 없었지 말입니다." 

"그래? 오늘은 관광차 안오든?" 

"올리가 있겠습니까....." 

"하긴 그렇지. 우리 없는 새에 왔으면 박일병 선탑 한 번 해보는 거였는데 말야 크크크크." 

"김상병님 계시는데 제가 어찌...." 

가벼운 대화가 오가고 저는 방금전일이 번뜩 생각나서 사수가 있던 자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사수는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중이었죠. 

"야 쏘가리 한테 우리 술마신거 말하면 뒤진데이." 

"말할리가 있겠습니까?" 

"부소초장님은 알고 계시니깐....하여간 꾹 다물고 있그래이." 

"알겠습니다. " 

얼굴들이 하나같이 노을빛에 물들어 벌겋게 되어있었는데, 아마 술때문에 그랬겠죠. 

차량에서 내린 고참들은 시끌벅적 막사 안으로 들어가고, 잠깐 동안 시끄럽던 주위는 다시 고요를 

되찾았습니다. 

저는 제 자리로 돌아와 방금전 고참들을 태우고 왔던 차량의 번호판을 일지에다 적고, 경계총 자세를 

취했죠. 

그런데 뭔가 계속 신경이 쓰이는게 있었는데, 바로 제 사수 김상병의 모습이었죠. 

"김상병님." 

"응?" 

뭔가를 생각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두번을 불러 반응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아까 그 아가씨 이뻤습니까?" 

솔직히 가장 궁금한 부분이었죠. 

옆모습만 본데다가, 사수가 먼저나가 저만치서 제제를 했으니 이쪽에선 얼굴을 자세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얼굴?" 

"예 이뻤습니까?" 

"....음...." 

고참은 조금 뜸을 들이더군요. 

뭐라고 답해야 하는 표정이었으니 말이죠. 

그런 질문에 대개의 남자들은 반응이 즉각적이거든요. 

이쁘다 아니다 또는 봐줄만해 라든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내에서 바로 반응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고참의 반응은 그것도 아까와 같이 능글거리는 행동에 비해 굉장히 늦은 대답이 흘러나오더군요. 

"야...이쁘긴 한데...좀 이상해...." 

".........." 

"뭐랄까.....그림 같다라고 할까......" 

"그림 말입니까?" 

"그래...딱 그 느낌이야...사진은 아니고..그냥 그림에서 보는 느낌인가? 잘 표현이 안되네...." 

"............" 

그림같다? 

솔직히 뭔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가더군요. 

나중에 알게될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말이죠. 

그날은 정말 일생에서 운이 없는 날 중 단연 베스트 감이었습니다. 

하루종일 말뚝 근무를 서고 나면 저녁엔 야근 근무없이 취침에 들 수 있었는데, 

근무 명령서에는 제가 후반야 야근 근무에 들어가 있더군요. 

짭밥이 됐다면 그럴일도 없었는데, 정말 서럽기 그지 없던 시절이었죠. 

시간은 흘러흘러 자정을 넘긴 새벽 2시 40분. 

불침번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졸음을 참고 철모와 탄띠를 챙기고, 

고참의 철모와 장비를 내려놓은 시간이 2시 50분. 

근무신고를 하고 근무교대를 한것이 시간이 2시 57분. 

새벽 3시부터 4시 반까지 한시간 반 근무를 서게 되는 것이었죠. 

사수는 낮동안 같이 근무한 김상병이 아닌 대민지원을 나갔다온 최병장이었습니다. 

"어후....낮에 마신 술이 아직도 안깬데이..." 

"많이 드셨습니까?" 

"하모 말도마라. 간만에 술 좀 봤다 아이가. 그래서 막 드리부었다 안카나." 

"하하하." 

"네도 나중에 내 짭밥 돼 봐라.. 대민지원 같은거 있으면 1순위 아이가?" 

"저도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자슥이 빠져가지고 하하하." 

대구에서 태어나 쭈욱 대구에서만 살았다던 최병장. 

가끔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을 제외하면 사람좋은 고참이었죠. 

제 외가가 대구인지라 그리 멀게 느껴지지도 않았고, 희안하게 제가 있던 중대에는 경상도 사내들이 

많았기에 더더욱 친밀하게 느껴지곤 했죠. 

그렇게 비몽사몽간에 근무를 서기를 약 10분 만에 정신은 조금씩 맑아졌고, 최병장이 대민지원 나가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해줬던 덕에 시간은 어느새 새벽 4시를 지나가고 있었죠. 

"최병장님 아까 복귀하시면서 보셨습니까?" 

"뭐?" 

"김상병이 어떤 아가씨 검문 하는거 말입니다." 

"김상병이?" 

"예." 

"와 검문했는데?" 

"그냥 이뻐 보이길래 말입니다." 

"그래 이쁘더나?" 

"그게.......그런데 최병장님 못 보셨습니까?" 

"내야 봤으면 바로 알았제. 못봤다 안카나." 

"어? 최병장님 타고온 포터 위에서 못 보셨습니까? 바로 앞에서 붙잡고 있었는데...." 

"그래?" 

최병장은 뭔가 생각하는 듯 보였습니다. 아까 일을 회상 하는 것이었겠죠. 

하지만 그 생각은 그리 길게 가지 못 한 듯 보였습니다. 

"내가 많이 취했었나보제? 와 그런걸 놓쳤을꼬....." 

정말 기억이 안난다는 표정으로 아쉬워 하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도 그럴게 여자 중,고생을 태운 관광버스가 오면 그 어떤일도 집어던지고 버스에 선탑하던 최병장이기에 

그 장면을 절대 놓쳤을리가 없었죠. 

그랬기에 새벽에 근무서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물어볼려고 했었고요. 

"박일병아. 그 가스나 이동네 사는 가스나가?" 

"예 그런것 같기도 한데....저도 처음보는 여자였습니다." 

"그래?" 

최병장은 뭐 그려러니 하는 표정으로 시계를 쳐다보았습니다. 

"봐라. 노가리 풀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리 됐다 아이가." 

"몇시나 됐습니까?" 

"15분이다. 얼릉 들어가자꾸만. 아직도 머리가 띵 하데이." 

"어라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저는 탄띠 왼쪽에 걸어둔 전자시계의 버튼을 눌러 시간을 살펴보았습니다. 

'4시 17분...' 

근무교대 약 10분전 이었던 거죠. 

그렇게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기분이 뿌듯해지면서 기지개를 펼겸 가슴을 활짝 열어제꼈죠. 

시선이 자연히 정면을 향해지자 저앞에 산에서 피어나는 수증기가 하늘위로 빨려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산봉우리로 부터 짙게 깔려 내려오는 안개. 

곧 동이 트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무심결에 을지전망대쪽으로 이어진 길을 본 순간 이었습니다. 

뭔가 하얀 물체가 보이더군요. 

순간 저는 등을 타고 오르는 소름에 머리가 바짝 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일리가 없다.' 

라는 생각에 몸이 바짝 긴장이 되어버리더군요. 

새벽 4시에 누군가가 저 위에서 내려올일은 절대로 없었으니까요. 

그런 제 모습을 본건지 최병장이 바로 반응을 하더군요. 

"와그라노?" 

"최병장님 저기....." 

저는 손을 들어 전망대로 향하는 쪽을 가르켜 보였죠. 

"저게 뭐꼬?" 

"............." 

최병장도 순간적으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어두운 밤하늘에 더 어두운 산의 배경은 마치 먹지와 같았는데, 그 먹지 안에 하얀 점을 찍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 하얀 물체는 조금씩 꿈틀거리는 모양으로 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박일병아. 저거 뭐하는 놈이고?" 

"......모..모르겠습니다." 

그 당시는 이글을 읽는 어떤 누가 보아도 믿지못할 무언가가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 

단언합니다. 

최병장과 저는 바로 초소 안으로 몸을 숨긴채 받침대에 총을 놓고 그쪽을 향해 조준을 하는 시늉을 

하고있었죠. 

손이 얼마나 떨리던지... 

그렇게 둘은 바짝 긴장한채 오르막길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약 30초 정도 지났을까요? 

그 하얀것의 형체가 거의 다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뭐야!!' 

순간 턱까지 막혀오는 숨에 저도 모르게 기침이 나오더군요. 

분명 낮에 보았던.....그 여자 였던 겁니다. 

"씨발 저게 머꼬!!" 

분명 낮에 본 그 여자가 맞았습니다. 

그런데 다른게 있다면...... 

치마밑으로는 다리가 없었습니다. 

머리는 벽에 박혀서 고정된 듯 하반신만 시계추 같이 양옆으로 흔들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흐흐흐흐흐' 

갑자기 귀에 헤드폰을 씌운 것 같은 적막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웃음소리...아니 울음소리? 

분간하기 힘든 사람의 목소리 같은게 머릿속에 울리듯 전해지더군요. 

"박일병아 튀어라!" 

"예?!" 

"뭐하노 자슥아 빨리 도망안가고!" 

최병장은 총받이에 걸쳐둔 총을 집어들고 도망가라는 신호를 제게 보였습니다. 

그 때 솔직히 저는 발이 얼어붙어서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보았죠. 

이미 제 앞에 거의 다다른 그것의 모습을. 

허옇게 뒤집어진 흰자위와 찢어질듯 벌어진 입. 사람의 표정이 저렇게 까지 변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리에 피가 몰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어지러워짐도 느끼기 시작했죠. 

그리고 귓가에 들리는 다음 근무자들의 근무신고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야 임마! 박일병!!" 

그때 였습니다. 

최병장의 목소리가 멀어져 가는 의식을 깨워 흔든것이. 

"얼렁 튀라!! 죽고싶어 환장했노!!" 

최병장은 연신 팔은 안쪽으로 흔들며, 제게 도망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간신히 정신을 잡고, 최병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슨일이야!" 

그 때 막사쪽에서 뛰어나오는 소대장과 다음 근무자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소란한 소리때문이었는지 무언가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짓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소대장님 큰일...큰일이...귀...귀신이 있다 아입니꺼!" 

"뭐?!" 

"정말입니더. 저기 좀 보이소." 

최병장이 가르키는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돌리는 소대장과 다음 근무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쳐다 보기도 싫더군요. 

하지만 그것의 유무에 대한 호기심이 제 고개를 가만 두지 않더군요. 

겨우라 할 것 정도는 아니지만 호기심과 본능이 교차하며 몸의 동작을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해서 간신히 

고개만 돌려 그것이 다가오던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가 있었습니다. 

흔들 흔들..... 

양옆으로 천천히 흔들리며 미끄러지듯이 초소옆을 지나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는 그것. 

다리가 있어야 할 부분은 허공으로 채워져있고, 그 허공에는 아무런 저항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 듯 몸은 

일정한 속도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머리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시계추가 저것과 판박이다고 느껴질 만큼 일정하게 얖옆으로 흔들리는 

모습은 인형극같은 딱딱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모습을 일동은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죠. 

그런것이 침묵이구나 라고 나중에 느꼈을 정도로 주위는 적막 그 자체 였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도로 위의 하얀 점으로 작아지기 시작할때 소대장이 조용히 말을 꺼냈습니다. 

"내가 책임질테니깐 근무는 보류해라.....완전히 해 뜰때까지....." 

소대장의 목소리는 단호했습니다. 

평소 고지식한 자신의 신념따위로는 저것을 설명 할 수 없다를 대신하는 대답이었죠. 

그렇게 근무자와 소대장은 막사안으로 들어왔고, 서로는 눈빛만으로 대화를 하며 말을 아끼고 있었죠. 

곧바로 내무실 문앞에 다다르자 마침 문을 열고 나오는 불침번과 마주칠 수 있었고, 불침번은 의례 

무슨일이 있냐를 물었지만, 평소와 다르게 입을 꾹 다문 일동에 대해 더 물어볼 수는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먼저 내무실 안을 둘러보던 소대장이 돌아갔고, 곧바로 불침번이 내무실로 들어오자 최병장은 

기다렸다는듯이 말문을 열었습니다. 

"내 살다살다 저런것도 다보고...이젠 제대 할 때가 됐나보다." 

철모를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전투화의 끈을 풀면서 푸념하듯 내뱉는 말에 깜깜한 저의 군생활이 

느껴지더군요. 

"최병장님 그거 뭡니까?" 

"와 나한테 묻노?"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자신을 쳐다보는게 불편했던지 박상병은 제게로 다가와 슬쩍 묻더군요. 

"야 우리가 본거 귀신 맞냐?" 

"............" 

대답하고 말고 할게 없었죠. 

본 그대로 였으니까요. 

그 이후로 서로에게 별 대화는 없었고, 다들 본것에 대한 집착을 하는 모양인지 표정들이 썩 좋지 

않더군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리고 몇일 후 였습니다. 

그게 왜 거기에 나타난지 들을 수 있었던게..... 

아직도 그 여자 표정이 기억납니다. 

저런 사진 같은 걸로는 잘 표현이 안되네요. 

그거 아세요? 

제가 남자라 여자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들. 

목젖이 만져지는 부분에 두껍게 만져지는 부분이 있죠? 

그 부분을 누군가가 세게 움켜잡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직접 해보셔도 됩니다. 

제가 그것과 마주칠 때 느꼈던 기분입니다. 

그 때 느꼈습니다. 

귀신같은 거랑 마주칠때는 심장마비 같은것이 오는게 아니라 호흡곤란으로 사람이 잘못 되는가 

싶은게요..... 

홍수가 완전히 끝났다고 느껴질 무렵이었습니다. 

그 날 따라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가 아침부터 요란했습니다. 

산사태 등으로 유실된 지뢰를 사단에서 파견된 폭발물 처리반이 폭파하는 작업이 있었죠. 

토사에 섞여 흘러내린 지뢰나 각종 불반탄 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쟁당시 북한군이 비행기로 대인 지뢰를 뿌리고 지나갔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가 

실감나던 때였습니다. 

전방에서 작업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탄피라던가 특히 지뢰. 

산악지형에 대전차 지뢰도 가끔 발견이 되곤 하는데, 산에 올라올리 없는 전차를 겨냥했다기 보다는 

비행기로 뿌리고 지나갔다라는 말이 더욱 설득력이 있었죠. 

그날도 수해 복구 노가다에 전원 투입이 된 초소의 병사들. 

일반적으로 하루 이틀 일과를 땡땡이 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나가는 대민지원이 아니라 슬슬 지겨워지는 

노가다판의 일꾼으로 변해가는 대민지원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동네 주민들도 맨날 보는게 아무렇지도 않았는지, 그저 작업꾼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였기는 하네요. 

그렇게 노동착취를 강요받던 나날 중 쓰러진 벼들을 세우러 나간 대민지원이 있던 날입니다. 

여담으로 제 왼쪽 새끼손가락에 7바늘을 꼬맨 자욱이 있는데, 날이 둔한 군용낫으로 작업 하던 버릇때문에 

글라이더로 날을 세운 민간 낫을 가지고 작업을 하다 벌어진 참사의 흔적이죠. 

"니미......" 

옆에 고참이 가늘게 한숨 쉬듯 욕을 뱉어내더군요. 

그도 그럴만 했습니다. 

포터 짐칸에 타고 가는 내내 양옆으로 보이는 논들. 

푸르스름한 벼들이 죄다 한방향으로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며, 우리들은 설마설마 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현실로 나타났죠. 

포터가 정지하고 운전석에서 내린 아저씨는 우리를 향해 한마디 던지는 것입니다. 

"자네들이 수고 좀 해줘야겠어." 

그말은 저 끝도 안 보이는 논들의 벼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죠. 

"우와 돌겄네. 말년에 이게 무슨 지랄이고...." 

"죽겠지 말입니다. 저 꼰대는 우리가 무슨 일꾼정도로 밖에 안 보이나 봅니다." 

최병장이 한숨을 토로하자, 김상병도 덩달아 거들고 나서더군요. 

얼굴들엔 불만들이 가득했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감히 하늘같은 고참님들 앞에서 그랬다간 국물도 없었죠. 

"저 영감탱이 돈거 아이가. 노가다도 하루 이틀이지 이거 맨날 부려먹고 돌아불겄다." 

"어떻게 자대 작업 보다 빡세게 일과가 돌아가는지......" 

뭐 어떤 욕을 해대고 한탄을 해봐야 답이 없었죠. 

이미 손은 벼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허리가 끊어질 듯 작업한 기억이 새롭게 피어나네요. 

그렇게 오전 내내 작업을 하고, 점심을 싣고 오는 포터가 저 멀리 보일 때 즈음 이었습니다. 

"밥은 제때 주네....." 

김상병이 허리를 피고 한숨쉬듯 저만치 포터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내는 더 못한데이. 배째라 마." 

최병장이 저만치 낫을 던져버리고 항상 식사를 차리는 곳으로 먼저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막걸리 나왔겠지 말입니다." 

"하모. 안나오면 다 주기삔다 아이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 경쟁하듯 달려나가는 뒷모습이 애들 같이 보였었죠.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밥먹는 시간만은 즐거웠었죠. 

얼굴에 가득한 불만이 사라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윽고 가져온 점심이 차려지자 정말 걸신들린 듯 해치워 나갔습니다. 

"내는 이맛에 버틴다 아이가." 

"저도 말입니다." 

자리를 깔고 둘러앉은 10여명의 군인들 사이에 놓인 음식들은 정말 순식간에 사라져 갔습니다. 

"근데 아저씨는 안 가는교?" 

최병장이 우리들을 매일 태워다 주는 포터 운전사 아저씨를 보고 대뜸 묻더군요. 

"아 오늘은 거들어야지." 

"왠일이십니꺼? 일을 다 할려 하시고. 저는 포터 운전수라꼬 생각했는데." 

"어허. 나도 할 땐 하는 사람이야. 다른일이 바빠서 그렇지..." 

"뭐가 바쁜데예?" 

"있어 그런게....논만이 아냐. 하우스니 뭐니 해서 이번에 다 박살났다고...." 

"그렇심니꺼?" 

최병장은 괜히 물어봤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대충 식사가 마무리 되어가고 가져온 막걸리들을 해치우는 중이었지요. 

"아저씨도 한 사발 하실랍니꺼?" 

"안돼 안돼. 운전해야지." 

세게 손을 젖는 아저씨. 

"뭐 어떻십니꺼? 경찰들이 있는 것도 아인데." 

"그래도 안돼. 마실거 같으면 벌써 마셨지." 

"그래예? 알겠심더." 

그러곤 최병장은 놀리듯 벌컥 드리마셔 버리더군요. 

아저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담배를 한개피 무시더군요. 

그 때 였습니다. 

'펑' 

저 멀리 산에서 소리가 들리고 조금 있다가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조심해야지..." 

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시던 아저씨. 

"지뢰때문에 사람 많이 다쳤어. 이번에도 다치는 사람이 나올지 몰라." 

눈에 보이는 듯 말씀 하시는 아저씨, 

"젊은 사람이 죽은 적도 있어. 외지 사람이었는데 운이 없었지." 

"젊은 사람 말입니까?" 

김상병이 대뜸 묻고 나서더군요. 

뭔가 알고 있는 표정이랄까? 

연관된 무언가를 확인 할려고 하던 표정이었습니다. 

"그래 젊은 여자였어." 

"젊은 여자요?" 

"운도 진짜 더럽게 없었지...." 

아저씨는 회상하듯 그 때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3년전인가 여름 홍수가 지나고 단풍이 질 무렵이었답니다. 

그 때 즈음이면 을지전망대에 관광객이 한참 몰려들 때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마을은 특수를 누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을지전망대에서 땅굴로 들어가거나 내려올때 잠깐 휴식을 

취할때면 마을 여기저기에 외지 사람들이 많아지곤 했었답니다. 

"그래봐야 시골 깡촌에 뭐 볼게 있는지...놀러온 사람들은 대개 도시사람들 이어서 마냥 신기했던 

모양이야." 

아저씨의 말그대로 우리가 보는 해안 마을은 그냥 깡촌 이었습니다. 

"그 사람들 중에는 여기서 몇일 묵고 가던 사람들이 있기도 했어." 

그러고 보니 마을 듬성듬성 여인숙 이라는 간판을 볼때가 있었는데, 누굴 상대로 장사하나 싶어 궁금하기도 

했었죠. 

"그 젊은 여자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는데....." 

아저씨의 말은 이랬습니다. 

자가용을 타고 을지전망대로 가는 길에 이 마을에 머물렀던 여자 였다고 하네요. 

뚜렷하게 기억 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온 자가용이 빨간색 스포츠카 여서 더욱 인상깊게 남았었다고 

하네요. 

"동네 노친네들이 수근덕 거리던게 기억나네. 빨간차가 얼마나 눈에 띄었겠어? 거기에다 자기 머리통만한 

사진기를 목에 매고 다녔는데. 딱 봐도 외지인이라 광고하고 다니는 모양이었지." 

모습이 대충 상상이 갔습니다. 

그 때 였죠. 

김상병이 대뜸 아저씨께 물어 오더랍니다. 

"아저씨 혹시 이렇게 생긴 여자였던가요?" 

김상병은 이래저래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음...그런거 같기도 하고...." 

"아닌가요?" 

"아닌거 같기도 한데....근데 자네도 아는 여자인가?" 

".......아뇨..." 

김상병의 이야기를 듣던 저는 번뜩 그 날의 일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묘사된 모습은 분명 그날 김상병이 검문했던 그 여자였죠. 

"그러고 보니....." 

아저씨는 손바닥을 치며 김상병을 놀랜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맞어. 그런옷을 본 적이 있지." 

김상병의 눈은 약간 놀랜빛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가 여기에 한 5일 정도 머문거 같아. 항상 가벼워 보이는 상의에 청바지였어. 그렇게 동네 

이곳저곳 사진을 찍고 다녔었는데...." 

아저씨는 잠시 생각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고가 난게 어느날 저녁 무렵 이었을 거야." 

"사고라뇨?" 

"뭐긴. 지뢰사고지." 

"그럼 그 여자가?" 

"그래." 

아저씨는 말을 이었습니다. 

원래는 근무를 서는 군인들 때문에 을지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엔 절대로 민간인 혼자 도보로 올라 갈 수 

가 없었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군사지역이니까요. 

그런데 꼭 그 규칙이 지켜지지는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경계를 서던 초병들을 잘 구슬려서 혼자서 길을 따라 올라간 모양이었습니다. 

군인들도 남자니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었겠죠. 

사진을 좀 찍고 내려오겠다고 하고 올라간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게 여자 혼자 올려보냈고, 사고는 일어났던 것이랍니다. 

사고가 난 지역은 아스팔트 진입로랑은 거리가 먼 멀리 떨어진 산에서 였다는군요. 

나중에 예측하기를 단풍 사진을 찍으러 지뢰지역을 통과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피할 수 없는 사고는 일어나게 되었고, 여자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는 것이지요. 

"참 안됐어. 지뢰를 밟고 하반신이 날아간 모양이야. 바로 즉사하지는 못하고 과다 출혈에 의한 

쇼크사라나. 어쨌든 지뢰사고지." 

왠지 술맛이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날 새벽에 있던 일들이 기억이 나고 그 한낮에 으스스한 공포를 맛보는 중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자네가 말한 생김새 어디서 봤는가 싶었는데, 그게...." 

폭발이 있고 지뢰가 터진 사고현장에서 약 10미터 떨어진 곳에서 여자의 시체를 발견 할 수 있었답니다. 

즉사 하지 못하고 고통속에 몸을 끌고 이동했던 모양이더랍니다. 

직접 본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들은 현장 검사 후문이 그랬다는 군요. 

시체를 발견당시 얼굴이나 몸의 형체를 거의 알아보기 힘들어서 투숙하던 곳에 놓인 신분증이나 기타 

물건들을 회수했는데, 그 중에 나온 필름을 현상한 사진으로 동네 주민들의 증언을 받았다고 하네요. 

풍경이 찍힌 사진들중에 누군가 찍어준 사진 하나가 김상병이 말한 인상착의와 비슷했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애들이나 말하는 장난이라 생각했는데....." 

"예?" 

"동네 애들이 잘 가는 흉가 비슷한게 있어. 저기에...." 

손 끝이 가르키는 방향은 저희가 경계를 서는 방향이었습니다. 

"거기서 그 여자 귀신이 나온다고 애들이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는데 진짜인 모양이었구만." 

김상병의 표정은 실감나게 두려운 표정이었죠. 

그럴만도 한게 귀신을 잡고 검문을 할려는 수작을 부렸으니.... 

김상병이 본 그 여자가 왠지 그림 같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진속의 모습이 죽어서도 기억에 남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가 교육 받은 것은 발목 지뢰로는 하반신을 다 날리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누군가가 중얼거리듯 이야기 하더군요. 

"아냐. 굉장히 큰 지뢰였나봐." 

"큰지뢰요? 대전차 지뢰인가? 그게 사람이 밟아서 터질일이 없는데...." 

"나도 잘 모르지. 폭탄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그런 자세한 이야기는 잘 몰라. 워낙 통제가 심해서... 

다들 그런 사고가 나면 지뢰를 밟았거니 그렇게 생각해 버리는 거야. 나도 그렇고...하여튼 자네들도 

조심해. 홍수 후에 꼭 사고가 발생하니깐." 

그러고 보니 사고 전파 소식중엔 산으로 약초를 캐러 올라가던 민간인이 지뢰를 밟고 발목이 절단된 

사고라던가 하는 것들을 가끔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봄 가을 집중 진지공사 기간엔 더더욱 경계가 심해지곤 했죠. 

그렇게 사건의 진상 비슷한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사건 당일 부터 새벽 근무시간엔 3명이 근무를 서는 아주 불편한 풍경이 연출이 되었답니다. 

물론 소대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고, 공포보다도 근무시간이 자주 돌아오는 피곤함에 대한 분노가 

그 후로는 보지 못한 그 여자귀신에 대해 퍼부어지기도 했죠.

 

출처 - 웃대 공포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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