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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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연휴다. 이럴 땐 역시 여행이지.
요즘 열차가 빨라서 좋단 말이야.
열차를 타고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니 세상 참 좋아졌어.
오늘따라 웬일인지 자리도 꽤 비어 있다.
마침 졸린데 눈 좀 붙일까...조용하니 푹 잘 수 있겠다.
......눈을 떠보니 어째서인지 창 밖의 풍경이 난생 처음 보는 시골이다.
혹시 다른 노선으로 가는 열차에 잘못 탔나...?
하지만, 한번쯤은 이런 경험도 나쁘지 않을지도.
[...그러고보니 임자한테 참 고생 많이 시켰네. 미안하구만.]
[아니에요. 행복했어요.]
어느새 앞자리에 착석한 노부부.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여러 곳에 가볼 걸 그랬어.]
뒷자리에 착석한 여고생들.
어쩐지 하나같이 아련한 느낌의 대화인 건 기분 탓일까?
하염없이 열차는 달려간다.
그리고 옛 한자가 7글자 정도 쓰여있는 이상한 역에 정차한다.
그 곳에서 승객이 3, 4명 정도 오가더니 차장이 표를 받고 열차는 다시 출발한다.
시골의 무인역인가...무슨 한자인지는 읽기 어렵군. 이런 한자를 아직도 쓰는구나.
창밖을 보니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은 논두렁을 따라 어딘가 먼 곳으로 걸어간다.
이런 시골이면 열차가 없으면 오가기 힘들겠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열차는 계속 달린다.
계속해서 이상한 이름의 역이 나타나고, 거기서 사람들이 몇 명씩 내린다.
이윽고 저녁이 되어 열차는 석양을 배경으로 달린다.
승객이 가득했던 열차도 어느덧 나를 포함해 5,6명 정도밖에 없다.
낯선 열차를 타버렸지만 이런 여행도 재밌는데 한번 종점까지 가보자.
낯선 시골이어도 역 근처면 숙박 시설 정도는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차장이 다가온다.
[손님. 표를 보여주세요.]
[네. 여기...어?]
어째서인지 아무리 찾아도 표를 찾을 수가 없다.
[손님! 표 없이 탑승하시면 안 됩니다! 이 열차는 임대 열차입니다! 지금 당장 내리세요!]
차장은 엄청나게 고압적으로 돌변하더니 내 목덜미를 잡고 그대로 열차 밖으로 던...져...?
잠깐만! 여기 강이라고...!
......어라...? 여기는..?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
아아...기억났다...
그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