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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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정도 전 이야기다.
나는 당시 20대 초반이었는데, 친구 중에는 제대로 한량인 녀석이 하나 있었다.
여자한테 들러붙어 기둥 서방질이나 하고 사는 녀석이었는데
용돈을 받으면 파칭코나 마작 같은 도박으로 탕진하기 일쑤였다.
돈을 주는 여자는 여럿 있는 것 같았다.
가끔 게임센터에서 마주치거나 하면 매번 다른 여자를 데리고 있었다.
전부 한창때가 지난, 지쳐 보이는 기색의 노래방 아가씨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 날, 또 그 녀석과 게임센터에서 마주쳤다.
여자를 둘 데리고 슬롯머신을 돌리고 있었다.
물 장사하는 사람이 입을법한 옷을 입고, 여자 둘은 녀석의 양옆에 앉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 참 잘났구만...
나는 가볍게 인사만 건넸다.
잠시 게임을 하다 다른 친구랑 밖에 나와 자판기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그 친구놈이 나왔다.
여자는 한 명뿐이었다.
간다고 하길래, 나머지 여자 한 명은 어디 갔냐고 물었다.
그 녀석은 이상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는, 그대로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는 무서워서 눈을 감고 말았다.
여자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쩍 벌린 채 웃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무서운 일이지만, 그뿐 만이 아니었다.
아까 본 여자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얼굴로 바뀌어 있던 것이다.
그 후 게임센터 안을 둘러보았지만, 다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두 달 정도 지났을까?
다른 친구에게서, 그 친구놈의 소식을 들었다.
행방불명됐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도 가끔씩 소식이 끊길 때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예 휴대폰까지 연락이 두절됐다.
그리고 10 여년이 흘렀지만, 그 녀석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