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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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학교 가는 첫 날을 좋아하죠!
현실의 우울함이 곧 모든 걸 망쳐버릴 테지만, 어찌 됐건 첫 날은 희망과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잖아요.
안 그런가요?
오늘은 새해 첫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에요.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책들...너무 설레요.
이건 비밀인데요...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어요.
제가 사람을 바라볼 때면 그 상대방의 기운 같은 것이 느껴져요.
마치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우아하죠.
그리고 그건 그 사람의 남은 여생 기간을 색으로 표현해 줘요.
보통 제 친구들은 밝은 초록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건 그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은 것임을 의미해요.
생각보다 높은 비율로 노란 오렌지빛을 띄기도 하는데
그건 예정에 없던 비극적인 죽음을 의미하죠.
교통사고라든가 제 명을 다 못한 죽음 말이에요.
이런저런 색들이 있지만, 가장 재밌는 건 역시 빨간색이에요.
아주 가끔 신호등처럼 빨간빛을 내뿜으며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는데
그런 사람들은 곧 살해당하거나 자살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저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짜릿함과 희열을 느껴요.
그러니 오늘 같은 날은 큰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나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친구들의 운명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고요!
이런 날은 제일 일찍 등교해 줘야죠.
교실 문이 제일 잘 보이는 곳을 차지하고 앉았어요.
드르륵~ 문이 열리고 처음 들어온 아이는 빨간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한껏 비웃었죠. 안 됐다 정말~
그런데 하나 둘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모두가 빨간색으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거든요.
교실은 마치 불에 타는 것 마냥 새빨갛게 물들었어요.
이리저리 교실을 둘러보던 순간, 저는 창에 비친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경악스러웠죠.
제 등 뒤로 한껏 뿜어져 나오는 빨간빛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저희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문을 잠갔습니다.
구역질 나게 밝은 초록색을 내뿜으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