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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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알버츠는 자기가 뱀파이어라고 말했어.
11살이라 해도 이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란 걸 알 거야.
하지만, 11살이었기에 그 생각은 굳어져갔어.
머리는 좋았지만 아직 현명해지진 못 한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패러독스였지.
패트릭은 '칼리고'라는 별명을 좋아했어.
걔 말로는 뱀파이어를 라틴어로 말한 거래.
당연히, 학교에서 놀림도 많이 받았지.
패트릭은 누군가를 다치게 하진 않았어.
위협을 할 땐 송곳니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걔 말로는 자기가 필요한 피는 먹는 고기에서 다 구한다고 했었어.
몇 달 동안, 걘 매일 똑같은 오지 오스본 티셔츠만 입고 다녔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선 가장 새까만 옷이었거든.
그리고 운 좋게도 걔의 흑발이랑 파란 눈은 자기가 원하는 외모랑 딱 맞아떨어졌어.
패트릭은 학교 공부도 잘했어.
모든 최고의 뱀파이어들은 교육을 잘 받았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뭐 같이 놀기엔 괜찮았어.
그냥 걔가 자기 '생활 방식'에 대해 계속 조잘대는 거랑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거에 익숙해지면 말이야.
걘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는 이런 게 부끄럽지도 않고 자랑스럽다고 얘기했어.
자기 컴퓨터가 생긴 이후엔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포럼에 가입하기까지 했어.
인터넷이 주는 드넓은 현실도피의 세계로 말이야.
나이가 들어서도 걘 절대로 이런 설정을 버리지 않았어.
패트릭 알버츠는 여전히 뱀파이어였지.
패트릭은 17살에 세상을 떠났어.
심장마비였다고 패트릭의 엄마가 말했어.
확인되지 않은 질환이었다고 패트릭의 아빠는 사인을 묻는 부모들에게 슬픈 듯이 속삭였었어.
"말하고 싶지 않아."라며 패트릭의 누나는 그 후 몇 달 동안 화난 목소리로 말을 끊었어.
우린 그 친구가 죽은 것에 대해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어.
너무 어렸으니까.
우리 나이 땐 죽음이란 경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영화의 필름 속이나 비디오 게임 속 가상 현실의 이야기였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난주에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어.
동네로 들어서는 길에 있는 주유소에서 통로에 있던 힌 늙은 남자를 보고 멈춰 섰어.
마틴 경관님이었어.
친절하고 관대한 이 작은 동네의 나이 지긋하신 경관님이었지.
마틴 경관님은 은퇴했지만, 나를 보고는 혹시 자기가 기억하는, "꼬마 피터 스미스"냐고 물어봤어.
그리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소를 지으시며 우린 몇 분 동안 얘기를 나눴어.
아저씨는 어렸을 적 같이 지냈던 아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고,
난 다른 애들은 어떻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곳에서 빠져나왔는지에 대해서 농담도 했어.
"패트릭만 빼고요" 난 조용히 말을 덧붙였어.
"끔찍했지."
"심장마비요?"
"뭐? 아니란다. 못 들었니?"
"부모님한테 들은 게 전부에요."
마틴 경관님은 패트릭이 자기 방에서 목이 부러진 채로 발견됐다고 얘기했어.
목에는 두 개의 구멍 난 상처와 함께.
그리고 라틴어로 적힌 듯한 쪽지가 시체 옆에 놓여있었다고 했어.
담당 부서나 가족들도 그 쪽지가 무슨 의미였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떤 증거나 DNA의 흔적도 찾지 못한 채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무작위 폭행으로 사건이 종결됐다고 얘기해 줬어.
난 그래서 경관들이 그 쪽지를 해석했냐고 물어봤어.
"해석했지."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요?"
"그냥 [아니. 넌 아니야.]라고 적혀 있었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