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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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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는 친구들과 항상 숲에 모여 하던 놀이가 있었다.

 

우리는 그걸 '마녀사냥'이라고 불렀다.

 

 

게임을 하는데 나이나 인원 제한 같은 건 없었다.

 

인원이 10명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었고, 겨우 3,4명이 전부인 경우도 있었다.

 

인원이 적은 날은 그만큼 의지할 만한 사람도 적어지니 게임이 한층 더 무서워졌다.

 

 

인원을 반으로 나누어 서로 다른 길을 이용해 숲으로 들어가는 순간 게임은 시작된다.

 

목적지는 저 작은 언덕 너머 마른 고목나무와 덩굴 사이에 위치한 '마녀의 집'이었다.

 

 

우리는 모두 당시 어렸기에 체계적인 룰 같은 건 만들어내지 못 했고 그저 딱 한 가지

 

마녀의 집에서 무엇이든 증거품을 집어오는 것으로 사냥의 결과를 확인했다.

 

 

어느 날, 존은 한 움큼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져와 마녀의 머리를 쥐어뜯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래에 비해 체격도 크고 성격도 괄괄했던 녀석이라 우리는 순진하게도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겨우 부러진 나뭇가지에 달라붙은 들짐승의 털 뭉치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말 즐거운 시절이었다.

 

 

 

존의 거짓말이 들통나고 몇 주 뒤, 우리는 다시 한번 숲에서 모였다.

 

우리는 그 사건을 거의 잊고 있었지만, 존은 충격이 상당했던 건지 굳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꺼림칙할 정도로 조용한 존을 포함한 우리 여덟 명은 '마녀사냥'을 위해 숲으로 향했다.

 

 

해가 지고 달이 뜰 무렵, 우리들 일곱 명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서로 바라보며 웃느라 마이키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는 훌쩍거리며 울창한 고목 틈새로 존이 '마녀의 집'으로 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존은 지난번의 놀림을 만회하기 위해 큰 결심이라도 한 듯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걸어갔다고.

 

 

하지만, 문고리에 손을 얹기도 전에 퍼석한 회색 머리카락을 한 늙은 여자가

 

벌거벗은 몸으로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고 말했다.

 

 

"마녀가 존을 낚아채갔어. 존은 비명을 질렀지만 바로 문이 닫히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나는...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서워서 도망쳐버렸어."

 

 

'마녀사냥'은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마녀가 우리를 사냥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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